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자전거 배우기 (ft. 갱년기 운동)
    일기 장 2021. 1. 18. 20:37
    반응형

    중년에 자전거 배우기

     

     

    「나는 자전거를 이렇게 배웠다.

    내가 처음 탈 때의 서투른 모습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있을 사람은 나와 가족밖에 더 있을까?

    처음 탈 때는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 용기를 냈다.

    자전거를 타면 여행을 가지 않아도 풍경을 보며 바람까지 맞으니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자전거를 배우고 타면서 참 행복했다.」

     

    20185.

    볕이 좋고 한가한 날이었다.

    갑자기 타고 싶던 자전거, 진작 배웠어야 하는데 이젠 못 타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배우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했다.

    서현이에게 말했더니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지금 배우면 되죠!’라고 했다.

     

    하고 싶던 일 중에 하나.

    바구니가 있는 자전거를 타고 장도 봐오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싶었다.

    ?

    정말 해 보고 싶은 일이었다.

    그러다 정말 한가한 시간이 오니깐 자신은 없고 나이만 많아졌다.

     

    애들 어릴 때, 친구들과 줄지어 달리는 자전거 부대를 보면서도 같이 타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아니 애들이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탈 때도 나는 그냥 보는 것이 행복했었다.

     

    아이들이 자전거 탈 때는 뭐 그렇게 집안에 할 일이 많았는지 늘 바빴다.

    애들 노는 시간 이용해서 내가 할 일 무엇이라도 해 놓고 아이들 집에 들어오면 마주 앉아서 애들 챙겨주겠다고 종종걸음 쳤던 기억뿐이다.

     

    왜 같이 탈 생각을 한 번도 안했을까?

     

    서진이가 타다 잘 보관해둔 자전거는 싸이클이라 안장이 높아서 도저히 엄두가 나자 않고 서현이가 타던 접이식 자전거를 꺼냈다.

    먼지가 쌓여서 먼지를 털어내고 닦아내니 그마나 좀 나아졌다.

     

    내가 처음 자전거를 탄 곳은 서울 여의도광장이다.

    그 때는 여의도에 큰 건물들이 많지 않았었고 kbs 앞 쪽의 광장에 자전거 대여하는 곳이 있어서 많이들 탔었다.

    중학교 때 친구와 함께 갔었는데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했고 친구는 오빠자전거가 있어서 잘 탔다.

     

    친구와 같이 학생증을 맡기고 1시간씩 대여했는데 무척 낡은 고물자전거였다.

    그 때 이런 자전거는 너무 낡아서 분실도 되지 않을 거라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내 친구는 멀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서 내 주위를 돌았고 나는 혼자서 자전거를 배웠다. 그 때도 아마 작은 자전거였고 안장이 낮아 발이 땅에 닿아서 쉽게 배웠던 것 같다.

    아니 여의도는 너무나 큰 광장이라 달리고 달려도 누구와도 부딪힐 염려가 없다는 것에 안도해서인지 1시간 동안 끙끙대다 끝내는 타고 돌아왔고 자전거를 탄 것은 그게 전부다.

     

     

    결혼과 함께 서울을 떠나 살면서 친정만 가니깐 요즘도 여의도에서 자전거를 타는지 여의도 광장의 풍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서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을 정해 서현이와 함께 자전거를 가지고 나갔다.

    안장에 앉았다가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발이 땅에 닿을 정도로 안장을 최대한 낮추고 서현이가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 주었다.

    페달을 밟는 게 힘이 들었지만 그렇게 몇 번을 하니깐 혼자서 탈 것 같았다.

     

    서현이를 들여보내고 집 주위에서 탔다.

    쭉 갔다가 세우고 자전거에서 내려서 방향을 돌려서 다시 쭉 온다.

    누가 지나가면 급하게 멈추고 그것도 비틀비틀.

    그렇게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차가 마주 올 때 내가 그 길을 통과할 수 있으면 그냥 지나가면 되고, 못 갈 것 같으면 멈추고 기다리면 된다.

    이론은 그런데 차가 저 멀리서 오면 가슴이 콩당거리고 넓은 길인데도 핸들을 돌릴 수 없어서차가 오는 쪽으로 가는 것 같고 심지어 접촉 사고가 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흡사 운전을 처음 할 때와 같은 낯설음이라고 할까?

     

    쭉 갔다가 자전거를 세우고 방향을 돌려서 다시 되돌아 왔다가 멈추어 내려서 방향을 다시 돌려서 쭉 가고......

     

    지칠 정도로 자전거를 탄 다음 날 문제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목과 허리까지 담이 들었다.

     

    정형외과 방문.

    긴장한 상태로 허리에 힘을 주어서?? 근육이 놀랐다고 한다.

    물리치료 받으며 약을 먹고 며칠을 쉬니깐 나아졌지만 이젠 정말 자전거를 타지 못하겠구나 하며 포기했다.

     

    6월 초, 서현이가 나에게 맞는 저전거를 하나 사자하며 나를 위로했다.

    가벼운 것은 좋은데 가격이 있었다.

    들고 다닐 일이 없으니 그냥 막 타기 좋은 것으로 온라인에서 조립까지 해서 배달해 주는 가격이 할인해서 최저가 120,000원 이었던 것 같다.

     

    택배를 받았다.

    자전거는 이렇게 보내는구나!

    자전거를 통째로 꼼꼼하게 포장해서 박스 안에 넣어 보내왔다.

     

    예쁜 빨간색 자전거.

     

     

    안장을 낮추어서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발이 바닥에 닿게 했는데 그러면 멈출 때 발이 땅에 닿아서 넘어지지 않는다.

    서현이가 따라 나와서 같이 있어주었고 사람만 만나지 않으면 앞으로는 잘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안장에 앉아 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면도날로 거시기를 도려내는 통증이 있다고도 하는데 정말 자전거에 앉아 있는 게 힘들었다.

    그것도 기술이 있어서인지 서현이는 괜찮다는데 나는 처음이라 그런지 터득하지 못했다.

     

    너무 아파하니깐 서진이가 여러 종류의 패드가 있다고 해서 알아보니

    <자전거 안장 쿠션 커버><자전거 패드속바지> <11, 15, 17, 21mm>의 두께가 있고, 심지어 <자전거 젤패드 속바지>가 있어서 좀 더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자전거용품이 다양하게 있었다.

     

    나는 의자커버에 씌우는 패드를 사용했다.

    그래도 아팠고 마음 같아서는 실내 자전거의 안장을 떼어서 그 곳에 붙이면 딱 좋겠는데 그렇게는 못하고 접이식 자전거 안장이 좀 넓은 편이라 그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좀 편해졌다.

     

    또 그 해(2018) 9월부터 자전거탈 때 헬멧이 의무화 된다고 했다.

     

     

    새벽 5.

    앞으로만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산책로에 사람들이 많지 않은 새벽에 나갔다.

    내가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어르신들에겐 새벽이 아니다.

    이른 아침엔 걷고, 운동하는 어르신들 참 많다.

     

    브레이크 잡으며 벨을 울릴 여유가 없어서 가다가 앞 사람을 피해서 가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멈추고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빨리 걸어서 앞질러 간 후 다시 자전거를 탔다.

    하천 다리를 건널 때는 냇가에 빠질까봐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서 다리를 건너고는 다시 타고 갔다.

     

    7-8월의 한 낮에는 산책로에 사람이 별로 없는 낮 시간에 탔다.

    햇볕에 한 시간을 걷기는 힘들지만 자전거는 바람을 맞으며 달려서 낮에도 탈 수 있었다.

     

    장마에 하천이 불어서 진흙 길이 되었을 때는 진흙길에 미끄러져서 무릎과 손이 진흙 투성이었던 적도 있다.

     

     

    계속 타니깐 실력이 늘었다.

    그 후 여유 있게 벨도 울릴 수 있게 되고 산책길 하천을 건너는 다리도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게 되었다.

    또 코너를 돌때도 자연스럽게 회전할 수 있었다.

    매일 타니깐 어느 순간 하나씩 저절로 되었다.

     

    긴 팔 상의와 챙 모자, 장갑까지 완전 무장하고 빨갛게 달구어져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찬물로 샤워하고 난 뒤 그 기분.

    ~~~

     

    3개월쯤 지나 등과 상체의 살이 빠져서 한 치수 줄었다.

    상체 등살과 겨드랑이와 팔의 살은 잘 안 빠지는데 적어서 못 입던 옷들이 헐렁하게 맞았다.

     

    그렇게 신나서 자전거를 타는데 자전거에서 내리면 걸을 때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파왔다.

    운동을 하는데 왜 아프지?

    자전거를 잘못타고 있는 걸까?

     

    자전거 타는 법을 검색해 보았더니 내 자전거 안장높이가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장에 앉아 페달에 발을 올렸을 때 편 다리가 쭉 펴져야 된다고 하는데, 의자가 낮은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안장을 높여서 다리에 맞추고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출발하기와 멈추기를 하면서 탔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며 가을이 물들어 가는 풍경을 즐겼다.

     

     

    한 참 만에 자전거를 타던 바람이 찬 날이었다.

    달리면 바람이 있어서 상의를 좀 따뜻하게 입어야 하는데 얇은 옷을 입고 나갔던 날, 흡사 상의를 벗고 달리는 듯, 냉기가 느껴졌지만 달리면 열이 나서 괜찮겠지 하며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감기로 며칠을 앓았다.

     

    그 후 겨울을 맞으며 자전거는 휴식에 들어갔고 다시 봄에서 가을까지 2019년도 역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산책로 풍경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자전거 휴식기에 들어갔다.

    자전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전거 타던 날이 그립다.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싶다.

     

     

    나는 자전거를 이렇게 배웠다.

    내가 처음 탈 때의 서투른 모습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있을 사람은 나와 가족밖에 더 있을까?

    처음 탈 때는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 용기를 냈다.

    자전거를 타면 여행을 가지 않아도 풍경을 보며 바람까지 맞으니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자전거를 타면 행복하다.

     

    좀 더 일찍 배우지 않은 것이 아쉽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 수 있다면 한 끼 사먹고, 집안 청소 못해도 밥하고 청소하는 시간 아껴서 아이들과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