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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등산
    일기 장 2021. 9. 2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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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의욕이 없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닌데 다 시들하다.

    비타민 D가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 저녁 식사 후 걷던 시간을 낮으로 바꾸었다.

     

    챙 모자 깊숙이 쓰고 반팔 티셔츠를 입고 팔에 햇빛을 받고 있는데 재래시장을 걸어서 다녀오던가, 산책로를 걷던 지, 아무튼 해가 있을 때 30분 정도, 밖에 있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빨래를 삶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오후 4시가 되어서 나갈 시간이 되었는데 산으로 가 볼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큰 산도 있고 여기 동네에도 산이 있다. 조금 걸어가면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산줄기가 동네를 이어주고 있어서 이 쪽 사람들은 저쪽 동네까지 다녀오고 저쪽 동네에서 올라온 사람들 역시 이쪽 끝까지 왔다간다고 한다.

    1시간 정도로 마쳐서 산줄기 어떤 지점까지 가다가 돌아오곤 하였다.

     

    아무튼 스틱을 챙겨들고 핸드폰은 놓고 손목시계만 차고 나갔다.

    오랜만에 찾은 등산로 입구에서 마주친 내 또래로 보이는 부부와 함께 올라갔다.

    그 부부는 산을 조금 올라 몸 풀기를 했고 나 혼자 오르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가던 시간은 10시 전 후라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올라가는 사람은 안보이고 혼자서 내려가는 남자만 세 사람 스쳤다.

    산길은 그늘져서 어떤 지점은 어둡기도 했고 등산하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같이 올라온 부부가 오는지 뒤를 돌아보았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길은 다시 내리막길로 돌아가는 길이라 외지고 어두운 길.

    조금 서성이며 같이 오른 부부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에이 무슨 일이야 있을까싶어서 전진.

     

    내려가며 돌아가는 길에서 건장한 남자와 마주하게 되고 가면서 앞에도 사람이 없으니깐 다시 무서웠다.

    바로 돌아가려니 좀 전에 비껴간 사람 따라가는 것 같아서 서성이며 있다가 거리가 벌어진 것 같아 가던 발길을 돌렸다.

    걸으면서 같이 올라온 부부를 만나면 부인에게 이 시간에 사람들 많아요?’라고 물어보고 많다면 계속 갈까, 말까 생각하면서 한 참을 되돌아오다가 같이 올라온 부부를 만났다.

    물어볼까 하다 말았다.

    어째든 나는 더 이상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서다.

    정신없이 걸었다.

    언덕만 돌아서 내려가면 등산로 입구.

     

    올라올 때는 없었는데 저 쪽 쉼터 의자에 남자 두 명이 앉아있었다.

    막 달려서 내려왔다.

    등산로 입구에서는 산에 올라가는 남자를 또 만났다.

    이런 시간에는 여자는 없나보다.

     

    ~~

    갑자기 왜 등산은 하겠다고 산에 와서 이러는 건 지 참 어이가 없다.

    미친것도 아니고 나 뭐하는 거니!

    나 미쳐가는 거야?!!

     

    당분간 산은 가지 않기로......

     

    몇 년 전, 지역에 있는 큰 산에 승용차를 이용해서 한 여름을 혼자 다녔던 적이 있다.

    그 때 혼자 등산을 하면서 주변의 소리며, 자연에 빠져서 즐거웠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도 정리되고 좋았었다.

    오전에는 등산하는 사람이 꽤 있었고 등산을 하면서 무섭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나는 내려오는 길이고 어떤 남자 분은 올라가던 길인데 그 때 그 남자분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왜 혼자 다니는 거예요?’

    나는 못 들은 체 하고 그냥 지나쳐왔었다.

    오늘 불현듯 그 때가 생각났다.

    아마 여자 혼자 다니면 위험해서 그런 말을 했었는가 보다.

     

    일조량을 피해서 산으로 갔던 것처럼 오늘 일광욕은 실패다.

    924일 오후 4시경 산길은 어둡다.

    등산하는 남자들은 많아도 여자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오후엔. 특히 혼자서는 산에 가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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